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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육도 품질을 개선할 때 50
2013-03-11 오전 9:39:25

박근혜 정부가 막 출발했다. 새 정부는 진보의 어젠다로 여겨지던 복지에서 진보 못지않은 과감하고도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경제성장과 복지, 사회통합 모든 면에서 한 차원 더 성숙한 나라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보육 분야에서 괄목할 전진이 있기를 소망한다.

현재 보육예산은 2008년도에 비해 4배가량 증가했고 유아교육과 보육을 합치면 10조 원이 넘는다. 가파른 증가세는 주로 보육료 및 양육수당 확대에 따른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까지의 보육 강화는 가정의 구매비용을 대주는 데 쏠려 있었으며, 정작 서비스의 질 개선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따라서 앞으로의 보육은 서비스의 품질 개선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제도적 불합리부터 개선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집은 맞벌이 가정이든 전업주부 가정이든 가릴 것 없이 동일하게 12시간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운영 방식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최소한 전업주부와 맞벌이 가정 사이에 일정한 차등을 두며, 더 세분해서 소득계층별, 가정유형별로 차등 지원을 하는 나라도 많다. 가정에서 돌볼 여력이 있는 아동까지 종일보육을 한다는 것은 아동과 그 부모들에게 유익하지 않으며, 특히 보육교사들의 업무 피로를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방식 아래서는 맞벌이 아동이 뒷전으로 밀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조금이라도 일찍 데려갈 수 있는 전업주부 아이들을 두고 업무 시간이 끝나야 데려가는 맞벌이 아이들을 더 반가워할 리가 없고, 그 덕분에 올해도 맞벌이 부모들은 어린이집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어린이집 이용시간에 관한 한, 지난해 9월 정부 보육제도 개편안에 담았던 것처럼 전업주부 가정은 반일제, 맞벌이 가정은 전일제 식의 구분을 두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비용을 더 받을 수 있는 맞벌이 아이들이 환영받을 것이고, 보육지원이 더 절실한 취업모가 먼저 어린이집을 고를 수 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역시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대 및 교사의 처우 개선이다. 국공립 확대는 재원 확보도 문제려니와 이미 진출해있는 시설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대폭 확대는 어렵다. 그러니 지자체가 각종 방법으로 국공립을 설립하면, 운영비를 지원해 주는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일 것이다. 민간이나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교사 일인당 월 기본급이 여전히 130만 원 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만큼이라도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은 정말이지 헌신적인 원장님과 선생님들 덕택이다. 다행히 누리과정이 새롭게 시행된 작년부터 3∼5세 반 선생님들은 수당으로 월 약 30만 원씩 더 지급하기 시작했으니 이 수준을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고 그 후 일정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인건비 인상을 이어갔으면 한다.

물론 이 모든 개선에는 예산 확대가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에 비하면 그 단위가 다르다. 이제까지의 과감한 투자에 비하면 조금만 더 투자하면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대신 품질 개선 노력에 자칫 속도가 떨어지는 날에는 돈만 쓰고 불평은 불평대로 듣는 철학 없는 사업으로 계속 남을 수 있다. 이제까지의 노력에 대완결을 볼 것인가, 용두사미를 만들 것인가의 기로에 선 것이 한국의 보육사업이라는 뜻이다. 보육정책의 완결을 기대한다.

이재인 재단법인 한국보육진흥원장

출처 : 동아일보  2013-03-11